아래 링크의 글은 한 응급의 전문의가 자신의 블로그에 한의학에 대해 쓴 글이다.

http://drshawn.egloos.com/3578360

내가 보기엔 그리 편향되어 있지도 않고 틀린 부분도 딱히 찾을 수 없는 글이다.

그런데 달려 있는 리플들을 보면 아주 때려죽일 놈이다....-_-

'과학적이지 않다' 라는 말이 그들에게 매우 거슬리는 모양이다.

'야, 이 못생긴 놈?'는 욕이지만 '야 이 얼굴이 비대칭인 놈아' 라든가 '야, 이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는 놈아'는 욕이 아니다. (야, 놈은 그냥 친구 사이의 애교로 봐주자^^)
'과학적이다/과학적이 아니다'라는 것은 사실의 기술이지 가치의 판단의 명제가 아니다.
과학이라는 것은 로케트를 달에 쏘아 올리고 컴퓨터를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과 지식을 찾아내는 방법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며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얻어진 지식은 '과학적이지 않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가 없고 실험기구가 없는 옛날이라도 과학적인 연구는 가능하고 그렇게 얻어진 지식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 얻어진 지식보다 유용하고 광범위하게 적용이 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실을 보고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라고 결론내린다면 그것은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지만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에서 출발해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는 가설을 세우고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이 서로 다른 연구자와 장소에서 반복되어 일치되는 결과가 나와서 '지구는 물체를 당기는 힘이 있다'라는 이론이 정립되면 그것은 과학적인 지식이다.

물론 과학적 방법은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쓸모 있는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굉장한 힘을 가지게 되었고 현대의 문명은 이러한 과학의 힘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부여한 권위라는 것은 그 이상의 (마치 종교와 같은) 비합리적인 면이 있다 (어차피 권위라는 것이 과학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니었던가)
문제는 사람들이 과학에 대한 중요한 부분을 놓친 채 과학적이지 않은 권위를 부여해 버리고 '과학적이지 않다'라는 기술에 대해 중세시대 종교적 파문이라도 내린 듯 분개하는 것이다.
과학의 중요한 점은 그 방법론이 인류가 진리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이고 모든 체계화된 지식을 얻기 위해 지향해야 할 길이지만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은 어떤 지식이 얻어지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방법론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것이 쓸모 없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신이 없음을 증명해 보라는 식의 어리석은 주장을 하는 이들의 턱주가리를 날려주고 싶지만
종교라는 것이 가진 순기능적 측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은 오랜 기간동안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비과학적이지만도 않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되어 온 지식이고 현실에서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쓸모있는 지식체계라고 생각된다.
한의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것은 예를 들자면 유자껍질이 감기에 좋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음, 예를 들자면) 는 것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써보니 좋으니 좋다는 것이지, 그것이 유자에서 어떤 성분이 좋은 것인지 혹은 좋다는 것이 증상의 호전만을 말하는 것인지 예방을 시킨다는 것인지 회복을 시킨다는 것인지; 유자는 감기에 미치는 기제가 어떤 것인지; 다양한 샘플에 대해 유자를 투여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었는지 이러한 것들이 불분명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때 유자차를 마시라고 한의사가 권해줘서 유자차를 마시니 좋다면 다음에도 마시면 되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 큰 문제는 없다. 유자는 여전히 감기에 대해 쓸모있는 대처법 중 하나인 것이다.

내가 의료인은 아니지만 의학은 과학일지 몰라도 현실에서의 의료행위 자체는 또한 엄격하게 과학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에서의 의료행위는 그것을 행하는 사람의 경험과 직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실무에서의 훈련 기간이 그렇게 긴 것이 아닌가.
당장 아파서 넘어가는 환자를 두고 정확한 판단과 이론의 적용을 위해 실험을 하고 연구를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의료 현장에서 경험 많은 의사의 직관과 판단은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같은 경험많은 의사라 해도 그 사고방식이 과학적인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체계화 시키는 과정에서
더 나은 의료인이 될 거라고 확신하지만 말이다.

한의학에 대한 글에 달린 악플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얼마나 오해를 하고 있는지, 과학에 대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의학은 분명 쓸모 있는 지식체계이지만 그것을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체계화 시킬 수 있다면 더욱 쓸모있는 것이 될 것이고 그것이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고 또한 우리가 조상들로 부터 받은 유산을 사랑하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그 돈 안되고 힘든 과정을 하기보다는 한의사 간판 걸고 침 놓고 약 팔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덜 피곤한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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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usyle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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